( 1 )
( 4 )
( 10 )
( 1 )
( 3 )
( 8 )
( 2 )
( 2 )
( 2 )
( 1 )
bullet M씨에 관한 짧은 기억. (1) 2009.12.25
M씨에 관한 짧은 기억. 2009-12-25


 

공은 공대로, 사는 폭발적으로 정신없이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2009년의 연말.

주말마다 어딘가를 가서 새로운 환경을 찾아봐야하고,

주중에는 그 팔로우업을 해야하고,

그와중에 일련의 멤버들은 모든 회의의 마지막을 회식으로 장식하니

아주 으헝헝 죽을 맛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랫만에 집근처의 고깃집을 가자고 멤버들을 이끌고

오래된 단골집인 赤ホルモン一寸法師로 모시고 갔다.

망년회 시즌이다보니 사람이 바글바글한 가운데도 다행히 빈 자리는 있었다.

고기를 굽고 우롱하이를 만들고 하는 와중에, 어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시더라?

 

 

- 어이쿠야, 이게 얼마만이야!

-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 그 동안 잘 지냈어!?

- 아휴 그럼요! 전 그동안 결혼을 하고, 일본에 왔고, 이 집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서 살고 있어요.

- 아앗 정말이야? 그럼 동경에 있었던 거야?

- 네! 너무 웃기죠? 이 집 자주 오세요?

- 나 C호텔에 방 있잖아. 너도 온 적 있잖아!

- 어머 거기 아직 계세요? 으하하하하

- 그럼그럼! 으하하하하하!

 

 

*

 

 

M씨는 97년에 부천국제영화제에 감독의 자격으로 방한을 했었고,

당시 한국의 문화인들이 여러명 모여 M씨에 관련된 책을 출판했을 때는

출판기념회에 참석과 동시에 NHK의 스탭들을 대동,

한국에서의 그의 인지도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 때 난 여러 매체의 통역을 맡았고, 노래를 불렀고,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졌다.

 

난 그 무렵 그의 책을 한 권 번역하고 있었고,

앞서 등장한 '한국의 문화인들이 생각하는 M' 을 다룬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그의 요청에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바로 따라왔다.

그러는 동안 그가 개인적으로 서울에 올 때면, 내가 동경에 갈 때면,

서로 연락을 하고 허구헌날 술을 마셔댔고, 으하하.

하...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도 않았고,

물론 이메일도 뭣도 없던 시절이다.

 

 

*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서울을 방문했던 때, 양손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대부분의 자리에서 '혹시 약을 하다가 다친 거 아니냐' 라는 질문을 빠짐없이 받았던 일,

사실은 아들래미랑 불꽃놀이하다가 다쳤단 얘기를 할 때마다 기자들이 실망하던 것,

한국에 왔으니 진로! 진로! 를 기대하고 왔는데 다들 돔페리를 준비해놔서 기운이 빠졌던 일,

그 때 한참 친하게 같이 다니던 사람이 사실은 작가 Y의 남편이었는데

또 다른 작가 Y를 담당하면서 피폐해졌던 것 등등...

 

 

*

 

- 이야... 참 그립네. 정말 엊그제 일 같은데, 생각해보면 오래 전 일이야.

- 그러게 말이에요. 그 때는 제가 아직 파릇파릇한 20대였다구요!

- 아하하하, 어때 난 좀 늙었나?

- 아니 이미 그 때도 늙으셨숴!

- 이놈, 여전하구나! 그래, 그나저나 노래는 계속 하고 있어?

- 아뇨...

- 아깝잖아!

- 에이, 아니에요. 히히히. 자,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하하하

- 그래, 다음에 또 여기서 만나자. 하하하

 

 

결국 난 자리로 돌아와 '아니 저 사람을 네가 어떻게 알아??' 하며 눈이 휘둥그레해진

시부와 시모2를 일단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잠시 후 M씨는 테이블로 와서 시부와 시모2에게 배꼽인사를 하며 '잘 부탁합니다' 운운 하는 바람에

시부와 시모2의 흥분은 점점 거세어져만 갔다.

그리고 여느날처럼 자리를 마무리지으려고 했으나

나도 나름 흥분상태 + 여러가지 떠오르는 과거의 일들로 심정이 복잡해졌는지

오랫만에 꽐라가 되어 훌랄라 훌랄랄라 정신을 놓아버렸다.

 

 

*

 

 

이렇게 10년에 한 번, 20년에 한 번 만나지는 인연이라는게 정말 있어, 그래.

으하하하,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재즈바의 문을 열면 만날 수 있는 보컬리스트, 가 아니라

천엽과 곱창이 맛있는 고깃집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그녀, 라니.

멋지지 않아?

 

 

 

2009/12/25

 
 
 
1 megu**
2011.12.18 10:47
으악 무라카미 류!!??  
클릭하시면 이니시스 결제시스템의 유효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